오랜만에 홍콩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그 유명한 왕조현, 장국영 배우의 1987년 작품 <천녀유혼> 입니다.
천녀유혼 이야기의 유래
'천녀유혼'은 1987년 장국영과 왕조현 주연의 작품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천녀유혼은 한자로 倩(예쁠 천), 女(여자 녀), 幽(그윽할 유), 魂(넋 혼)으로 '천녀'는 예쁜 여자라는 뜻이고, '유'는 '그윽하다, 검다'라는 뜻도 있지만 사람이 죽고 귀신이 머무는 장소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영화 <천녀유혼>은 청나라 문인 포송령의 문언소설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섭소천(聂小倩)>이 원작입니다. 단편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죠.
원작 섭소천 이야기
남자 주인공 영채신은 품성이 올곧은 사람으로, 어느 날 금화에 갔다가 날이 저물어 잘 곳이 없어지자 다 허물어진 난약사라는 절에 연적하라는 서생과 함께 하룻밤 묵게 됩니다. 그날 밤 아름다운 미녀가 방으로 들어와 영채신을 유혹하지만 그는 여자를 쫓아내고, 여자는 황금으로 다시 유혹하지만 영채신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다음날 건넌방에 묵었던 서생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발바닥에는 송곳으로 찌른 상처가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다 빨려나가 죽은 것이었죠.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는 다시 영채신 앞에 나타나 자신의 정체를 밝힙니다. 그녀의 이름은 섭소천, 18살에 요절하여 절 근처에 매장되었으며 요괴의 협박을 받아 이곳에 묵는 남자들을 홀려 죽여왔으며, 그 요괴가 오늘밤 나타나 당신(영채신)을 죽일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이야기를 들은 검객 연적하는 도술을 써서 요괴를 물리칩니다. 영채신은 섭소천이 매장된 곳에서 유골을 찾아 섭소천의 고향 양지바른 곳에 다시 묻어줍니다. 그리고 섭소천은 다시 나타나 고마움을 갚기 위해 영채신의 집안일을 해줍니다. 이후 영채신은 과거에 급제하고 소천과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해피엔딩 스토리입니다. 귀신이 첩이 되어 은혜를 갚는 봉건적인 스토리이지만, 이 이야기는 점차 구전되며 이야기에 살이 붙고, 1987년 영화 <천녀유혼>으로 만들어질 때는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재탄생합니다.
영화 천녀유혼 내용
영화 천녀유혼은 코믹이 깔려있는 로맨스입니다. 영채신(장국영)은 원작처럼 올곧은 품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리바리하고 유약합니다. 하지만 순수한 남자죠. 그는 한 마을에 가게를 찾아다니며 그들이 꾸어간 돈을 받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큰 비를 맞고 장부 글씨가 다 번져 돈을 못 받게 되죠. 일단 공짜로 잠을 잘 수 있다던 난약사로 향합니다. 난약사에는 다양한 요괴들이 있는데 그중 미라 요괴가 영채신을 공격하려고 다가가지만 엉뚱한 영채신은 오히려 이 요괴들을 알아채지 못한 채 해치우게 됩니다. 영채신을 쫓는 미라 요괴와 이를 엉뚱하게 해치워내는 영채신은 영화의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한편 영채신과 함께 그곳에 머물던 검객은 섭소천(왕조현)의 유혹에 넘어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합니다. 반면 난약사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던 영채신은 아름다운 고쟁(한국의 가야금과 비슷한 중국의 현악기) 소리를 따라 한 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연주하고 있는 섭소천을 마주하죠. 섭소천은 영채신을 유혹하려 하지만, 유약하고 어리바리한 영채신은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물에 젖은 섭소천이 춥다며 자신을 안고 따뜻한 곳으로 가달라고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무거워 들지 못하는 영채신에게 애틋함을 품습니다.
약하지만 순수한 용기를 지닌 남자 영채신은 섭소천에게 작별인사를 하려고 섭소천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섭소천이 모시고 사는 할머니(나무 요괴)는 남자 인간을 죽여 원기를 채우는 요괴로, 영채신이 이곳에 왔음을 알면 바로 그를 죽이려 들 것이 뻔했기에, 섭소천은 영채신을 욕조 물속에 숨깁니다. 욕조 안에서 숨을 참고 있는 영채신을 구하기 위해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영채신의 숨이 곧 멎으려 하자 섭소천은 세수를 한다며 얼굴을 그대로 물에 처박아 숨을 불어넣어 주죠. 그렇게 영채신은 살아남고, 섭소천은 모진 소리와 함께 영채신이 자신에게 품은 정을 끊고 이곳을 떠나게 합니다.
마을로 돌아온 영채신은 섭소천이 죽은 사람임을 알게 되고, 다시 섭소천을 찾아가고 영화의 후반부가 또 이어집니다. 전반부에서는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지고, 후반에서는 요괴를 해치우고 섭소천의 영혼을 구해내기 위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혈투가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천녀유혼 이야기는 87년 제작된 장국영, 왕조현 주연의 작품 외에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장국영, 왕조현 두 배우의 풋풋한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코믹과 로맨스와 스릴러가 적절히 섞인 87년 작품은 고전으로 꼽힐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애틋함이 가득했던 영화 천녀유혼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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