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등을 찍은 임순례 감독의 2018년 작품입니다. 배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문소리 등이 출연하였으며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한국판보다 앞서 영화로 개봉되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다채로운 제철음식과 세 청춘이 삶을 일궈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관객들에게 큰 정서적 안식과 힐링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제철 음식들
임용고시에 시험에 떨어진 주인공 혜원은 쌀과 사과가 유명한 작은 시골 마을 미성리로 돌아갑니다. 고향 미성리는 가게가 없어 물건을 사려면 왕복 40분은 걸리는 읍내까지 가야 합니다. 그녀가 서울을 떠나 마을로 돌아온 날은 코 끝이 찡하게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얼어붙은 집안을 덥히고 허기가 진 혜원은 집 안을 아무리 뒤져보지만 오래 비워진 집인지라 제대로 된 재료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쌀독에는 약간의 쌀이 있었고 그녀는 텃밭에서 겨우내 얼어있던 배추를 눈 속에서 뽑아 듭니다. 겨울 배추를 썰어 넣은 된장국에 갓 지은 뜨끈한 밥 한 그릇에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집니다.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 둔 배추는 엄동설한을 견디고 그 맛이 더욱 달아집니다.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 영화를 보면 "추위도 재료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영화에는 겨울배추, 누룩의 발효를 기다리고 맛볼 수 있는 막걸리, 겨울이 와야만 비로소 맛있어지는 곶감처럼 추위와 기다림을 견디고 더욱 맛있어지는 재료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요리를 할 때 등장하는 손은 모두 배우 김태리의 손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사계절이 그려지다 보니 배우 및 촬영진들도 계절마다 만나 천천히 영화를 찍어갔다고 합니다.
관객들의 반응
관객들의 반응 중 '본격 퇴사 권장 영화'라는 리뷰가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공감을 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귀농을 하라고 부추기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주인공 혜원(배우 김태리)에게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에 있는 본가가, 그리고 혜원이를 어려서부터 품어준 자연이 그녀에게 영혼의 안식을 주는 공간인 것입니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많은 관객들이 느꼈을 평온함과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은 역시 위대한 자연이 주는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도시에서 생활을 하지만, 전원생활을 마음속 어딘가에 조금씩은 품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도시와 문명은 분명 위대하고 인류에게 큰 편의와 발전을 제공하였지만 그전에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 자연 안에 숨 쉬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학창 시절에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삶이 담긴 책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읽고 귀농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제철음식을 먹고 씨앗이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나듯이, 시골 작은 집에 터전을 잡고 새로운 삶을 일구려는 영화 속 혜원이와 사시사철 바뀌는 자연과 제철음식이 아름다워 보였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을 것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과 한국판 비교
일본판은 시골로 온 주인공이 시골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그려진다면, 한국판은 서울에서 겪은 실패와 상처를 고향으로 돌아와 힐링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일본판의 주인공 곁에는 고양이가 있었다면 한국판은 재하(배우 류준열)가 선물한 진돗개가 혜원의 곁을 지켜줍니다. 일본판은 주인공이 요리하는 것이 영화의 주가 됩니다. 조리과정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보여주고 요리실력도 아주 뛰어나 마치 한 편의 요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영화 속 요리 장면에 빠져듭니다. 반면 한국판은 음식 자체보다는 주인공 혜원과 그녀와 함께하는 인물들과 관계에 더 집중합니다. 세 청춘이 각자의 삶을 일궈나가는 진지한 모습, 어린 시절과 똑같이 만나면 웃고 떠드는 천진난만한 우정이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한국판에 있어서는 주인공 혜원과 엄마의 관계가 핵심이 됩니다. 일본판과 한국판은 동일한 원작 만화에서 비롯된 영화이지만 관객에게 전달되는 이야기는 이렇게 사뭇 다릅니다.
주인공 혜원의 엄마는 왜, 어디로 떠났을까?
한국판과 일본판 모두 홀연히 떠나간 엄마가 등장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엄마(배우 문소리)가 혜원에게 남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이제 엄마도 이곳을 떠나서 아빠와의 결혼으로 포기했었던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실패할 수도 있고 또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엄마는 이제 이 대문을 걸어 나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갈 거야". 수능이 끝나고 엄마는 혜원을 떠납니다. 어쩌면 너무도 무책임하고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나 싶습니다. 이런 엄마의 역할을 배우 문소리가 연기해서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그래, 그런가 보다'하며 납득하게 됩니다. 혜원은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가 알려주는 레시피대로 감자빵을 구워 먹습니다. 혜원의 머릿속에는 종종 도무지 알 수 없는 엄마의 행동과 말들이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엄마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왜 떠났는지, 어디로 떠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향에서 사계절을 지내면서 혜원은 조금씩 엄마의 감정을 느끼고 깨달아가게 됩니다. 제목 '리틀 포레스트', '작은 숲'의 의미는 '나의 마음과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속 혜원이와 엄마도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아 떠난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사회의 경쟁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한 번쯤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돌아가봐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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