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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모음집

예술의전당 이집트 미라전(2022.12.15-3.26) 정보와 후기

by 치밍과 파랑새 2023. 2. 14.

이집트전(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은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2022.12.15~2023.3.26까지 전시됩니다. 관람시간은 10시부터 19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남부터미널에서 가까워서 지방에서 전시를 관람하러 가기 편하고 좋았습니다. 저의 흥미를 끌었던 역사, 문화, 유물의 사진과 정보를 이곳에 적어보았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집트 컬렉션이라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서울서예박물관전시 브로셔이집트 문자로 내 이름 적어보기
예술의 전당 안으로 들어오면 서울서예박물관 건물이 보입니다.

전시 관람 주의사항 - 티켓구입, 입장대기, 물품보관, 사진촬영

저희는 오후 2시경에 방문했는데, 관람 인원이 많아 바로 입장을 하지 못하고 3층으로 올라가 대기를 등록했습니다. 대기 등록을 해두면 카카오톡으로 입장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오고, 그때 입장하면 됩니다. 오전 중에 방문하시면 조금 더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버에서 티켓을 예약했는데, 성인 1인 18000원에 구매했습니다. 키오스크 기계에서 현장예매도 가능하며, 티켓을 바로 출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전시를 관람하니 무거운 짐과 외투는 물품보관함에 맡겨 두시면 좋습니다. 1층 엘리베이터 오른편으로 가시면 물품보관함이 있고, 기본 2시간 소형 짐은 1000원, 대형 짐은 2000원입니다. 1시간 추가할 때마다 1000원이 추가됩니다. 사진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는 터뜨리면 안 됩니다. 고대 이집트 신성 문자인 히에로글리픽을 알파벳으로 보여주는 간단한 브로셔가 있으니 재미 삼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화의 발견

고대 이집트를 세상에 알린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군사 원정(1798-1801년)입니다. 1822년에 프랑스 언어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Jean-Francois Champollion)이 로제타 스톤을 기반으로 이집트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hieroglyphic)'를 해독하면서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 잠들었던 고대 문명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국에서 이집트 각지에서 발굴 조사를 실시하였고, 발견한 유물들의 일부를 자국으로 가져갔습니다.

 

히에로글리프,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독하게 도와준 열쇠 로제타석 

히에로글리프 표로제타 석
좌: 히에로글리프 표, 우: 로제타석 전면, 세 부분으로 각기 다른 언어로 쓰여있어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제타석은 1799년 이집트 원정 중인 프랑스군이 이집트의 로제타(Rosetta)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m가 조금 넘는 높이의 석비에는 서로 다른 3개의 언어가 3단으로 쓰여 있었는데, 순서대로 히에로글리프(고대 이집트 신성문자), 데모틱(민중문자), 고대 그리스 문자입니다. 로제타석의 발견으로 아리송했던 고대 이집트 문자를 최초로 해독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로제타석'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지식 분야의 중요한 단서를 가리키는 관용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유럽우주국에서 2004년 발사한 혜성 탐사선의 이름도 '로제타'라고 합니다. 로제타석은 프랑스 패전 뒤 영국으로 넘어가 런던의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지속적으로 약탈 문화재에 대해 반환 요청을 하고 있지만 영국이 쉽게 돌려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자의 구성과 읽는 방법

고대 이집트 문자 체계는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 문자와 뜻을 나타내는 표의 문자가 조합되어 있습니다. 기념물의 비문에는 일반적으로 상형문자라고도 부르는 히에로글리프가 사용되었고, 일상적으로는 흘림체 형태인 히에라틱(신관문자)이 사용되었는데, 이 헤이라틱은 후대에 데모틱(민중문자)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고대 이집트 갈대 펜
갈대 펜과 파피루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 펜으로 검은색과 빨간색의 잉크를 사용하여 파피루스에 문자를 기록했고, 오스트라콘이라고 불리는 도자기 펜이나 석회암 편에도 글씨를 썼습니다.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했던 만큼 전체 이집트 인구의 1% 미만만이 문자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문자 사용은 곧 엘리트층의 특권으로, 문자 사용은 기득권의 권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글자 읽는 순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이 바라보는 곳부터 읽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자(히에로글리프)는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위에서 아래로 쓸 수 있습니다. 읽을 때는 동물이나 인간이 향하고 있는 방향부터 읽습니다.

 

고대 이집트 역사

3000년에 달하는 고대 이집트 왕조 시대에서 한 명의 파라오가 다음 파라오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정치권력이 계승되었습니다. 이집트는 북쪽 지중해로 흘러드는 나일강 유역은 비옥하지만 주변의 광활한 사막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이러한 지리적 상황에서 고대 이집트는 독특한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파라오는 자연 질서를 컨트롤하는 신으로 여겨졌고, 종종 농부로 묘사되기도 하며 땅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집트 왕조시대는 세 개의 왕국으로 구분하는데, 고왕국시대-중왕국시대-신왕국시대입니다.

 

이집트 신들의 계보, 이시스, 오시리스 

이집트 신 간단 계보
사진으로 보는 이집트 신 계보, 직접 찍었는데 사진이 흐려서 아쉽다.

고대 이집트는 1000개가 넘는 신들이 존재하는 다신교 문화이며 대부분의 이집트 신들은 동물의 모습이나 동물의 머리, 날개, 뿔 등의 속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숭배되었습니다. 그 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주의 신 누(눈)가 있고, 창조의 신 아툼이 있습니다.
  • 아툼이 낳은 공기의 신 슈, 그리고 습기의 신 테프누트
  • 슈와 테프누트가 낳은 천공의 신 누트, 그리고 대지의 신 게브
  • 게브와 누트가 낳은 모성과 생산의 신 이시스, 사후 세계의 신 오시리스, 폭풍과 사막 혼돈의 신 세트, 죽음과 비탄의 신 네프티스
  •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 복수, 하늘, 수호의 신 호루스
  • 네프티스의 아들 - 시체 방부 처리의 신 아누비스

 

고대 이집트인들이 생각했던 사후세계, 내세관, 죽음 이후의 삶과 영생

고대 이집트인들은 내세에서 영생을 얻기를 바랐습니다. 미라를 만든 이유는 육체를 보존하여 '바'라고 불리는 사자의 영혼이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바'는 낮 동안에 새의 모습으로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매일 밤 육체로 돌아옴). 내세는 현세와 다를 것 없는 곳으로 '죽음'이란 단지 내세에 도달하기 위한 일시적인 과정일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영생을 얻기 위해 미라를 만들고, 유해한 것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부적, 내세에 확실하게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주문을 작성한 파피루스, 식량을 영원히 공급하는 주문을 적은 석비, 죽은 자를 대신하여 노동을 해주는 인형 부장품 '샤브티'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합니다.

 

봉헌 탁자봉헌 탁자의 공물 그림신원미상의 봉헌비
봉헌 석비봉헌 석비 확대
봉헌 석비, 봉헌 탁자에 새겨진 공물에 관한 내용과 주문, 죽은 자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사후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망자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야 했는데, 망자의 가족들은 정기적으로 공물을 올리거나 무덤에 석비나 조각상, 봉헌 탁자에 음식물 묘사와 공물에 관한 내용을 적고 주문을 외워 공물이 죽은 자에게 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양조장 부장품
빵과 술을 공급해주는 모형, 엘리트 층의 무덤에 들어간 부장품

부유한 엘리트층의 무덤에는 양조장 모형도 들어있었는데, 모형을 보면 가마에서 빵을 굽는 사람과 맥주 단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음식물을 생산하는 모형을 넣어 영원히 음식을 제공하게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관의 상부관의 중부관의 하부

한편 신왕국 시대에 접어들면서 망자의 노동을 대신하는 샤브티는 하루에 하나씩 총 365개까지 늘어났고 노동을 감시하는 인형까지 등장했습니다. 신분 차이는 있었지만, 신왕국 시대까지 무덤 장식은 점점 호화스러워졌고, 그림과 주문이 관, 파피루스, 석비 등에도 그려지면서 장식이 화려하고 다양해졌으며 다양한 색을 칠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노란색은 태양, 검은색은 저승과 비옥한 대지, 빨간색은 사막의 불과 피, 식물을 상징하는 초록색, 나일강과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등이 있습니다.

 

미라 제작 방법

미라 제작 방법 설명

엄청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미라 제작 방법은 위 사진의 텍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3중간기 이후에는 체내에서 장기를 제거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라를 제작했기 때문에, 각각 위, 장, 폐, 간을 보호하는 두아무테프, 퀘베세누프, 하피, 임세티 등 '호루스의 네 아들'의 모습을 본뜬 부적도 미라와 함께 넣어두었습니다.

 

오시리스가 다스리는 사후 세계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자의 서>

사자의 서1사자의 서2
네스나크트의 <사자의 서>, 아세트웨레트의 <사자의 서>

오시리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로 가는 길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망자들은 이런 두려운 장애물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주술과 부적을 사용했는데, 그 과정과 주문이 <사자의 서>에 등장합니다.

<사자의 서>는 죽은 자가 내세로 떠나는 여정을 안내하는 주문을 집성한 책입니다. 망자들은 무려 일곱 개나 되는 관문을 통과해야 되는데, 각 관문에는 저마다 기괴한 모습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여정에 대비해 주문과 부적 등의 만반의 준비를 한 것입니다.

 

오시리스에게 가는 케나심장의 무게암무트오시리스에게 가는 케나

망자들은 시체 방부 처리의 신 아누비스의 안내를 받아 두 가지 진실의 방에 이르면, 그곳에서는 망자들의 심장 무게와 진실과 정의의 여신 마아트의 깃털 무게를 잽니다. 아누비스는 저울의 균형을 확인하고, 토트는 생명의 나무 앞에 그 결과를 기록합니다. 만약 지은 죄가 많아 심장이 깃털보다 무겁다면 그 심장은 여자 괴물 암무트에게 잡아먹힙니다. 다행히 심장이 깃털보다 가볍다면 망자는 호루스의 손을 잡고 지하세계의 왕 오시리스에게로 안내됩니다.

 

이집트 미라전 관람 소감

고대 이집트 문자는 상형문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가 함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즐거웠다. 죽음을 내세와 현세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여기는 이들의 세계관이 많은 사람들을 매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과 스토리가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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